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♤ 안부가 그리운 날

차주희 2012. 8. 17. 09:42

 

 

 


♤ 안부가 그리운 날



사는 일이 쓸쓸할수록
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



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
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
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



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
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



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
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
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
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



목발을 짚고 서 있던
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
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
무작정 믿었던 시절들



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
눈길이 어두워질수록
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



터진 구름 사이로
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



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
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



잘 있느냐고.

- 글 / 양현근 -